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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밀 그리고 죽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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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밀 그리고 죽음

 

 

 

 

 

 

어깨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는 뜻이다. 잭은 침대에 누운 채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길게 내뱉는다.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는 듯하다. 신선한 공기는 잭의 몸속에 구석구석을 다니며 산뜻한 기분을 만들어주었다. 마음이 가벼워지자 몸도 가벼워진다. 몸이 가볍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의 무게가 가볍게 느껴질 만큼 말이다. 이상하다. 잭의 옷은 가볍지 않다. 그 옷에는 단검이 있기 때문이다. 단검은 소지하기가 편하고, 사용하기도 편해 애용하는 무기다. 비록 작은 무기라지만 금속으로 만들어진 이상, 이렇게까지 가벼울 리가 없었다. 잭은 허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곳에 단검이 있어야 한다.

‘아차!’

잭의 손이 빨라졌다. 다급한 마음으로 허리를 더듬었다. 그리고 마땅히 있어야할 단검을 찾았다.

없다! 단검이 없다! 아무 것도 만져지질 않는다. 허리에 있어야할 3개의 단검이 사라진 것이다. 그 중에는 특별한 단검이 있다. 잭의 잊어버린 과거를 간직하고 있는 단검이 있다. 그 단검만은 사라지면 안 된다. 절대로!

벌떡!

잭은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순간, 어깨에서 전해진 고통이 그의 기상을 막았다.

“크학!”

잭은 일그러진 얼굴로 고통을 참아냈다. 그리고 단검의 모양을 떠올렸다. 그 단검은 잭의 정신이 돌아왔을 때, 손에 들려있던 무기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담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귀한 보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전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마치 꿈에서 깼더니 모르는 세상에 와 있는 것처럼, 전혀 다른 내가 되어있는 것처럼. 그리고 직감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단검이 이전의 기억을 담고 있는 것을. 그래서 필요하다. 그 단검이 필요하다. 잊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단검이다.

“서, 설마, 그 년이!”

그녀가 범인이다. 값비싼 물건으로 보이는 단검을 그녀가 탐냈을 것이다. 세상에 탐욕없는 인간이 있던가? 사람이라면 진귀한 보물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벙어리에 귀머거리라도 눈깔이 달려있는 이상, 보물에 욕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겠지.’

그때다. 문소리가 들린다.

덜컥! 덜컥! 끼이이익!

그녀다. 도둑년이 들어오고 있다!

잭은 선반에 있던 과도를 재빨리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녀가 방안으로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잭은 평온한 모습을 유지한 채 팔을 들어 올렸다. 그녀가 자신을 봐주길 원해서다. 바라는 대로 그녀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잭은 다가오라는 의미로 손짓을 보였다. 그녀는 아리따운 외모에 착한 심성을 지녔지만,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고 말을 못하는 벙어리다. 그리고 귀한 물건에 탐을 내는 나쁜 년이다.

예상대로다. 그녀가 미소를 짓는다. 잭의 의도를 모르는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는 과도를 손에 쥔 채 그녀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다가오면 그녀를 잡을 기회가 생길 것이다. 기회는 잠깐이다. 잠깐의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 그녀를 붙잡으면 과도로 위협하고 단검의 행방을 묻는 것이 가능하다. 기회는 단 한 번, 만약에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친다면 그녀는 그가 찾을 수 없는 어딘가로 영영 도망갈 것이 분명하다.

‘지금이다!’

잭은 이불 속에 감추고 있던 과도를 재빨리 움직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른 팔을 움직여 그녀를 향해 내질렀다. 그녀를 낚아채기 위해서다. 잭의 동작은 빨랐지만 어깨에서 시작된 통증이 그보다 빨랐다.

“크악!”

잭은 소리를 질렀다. 팔이 마비되는 것만 같았다. 어깨의 고통으로 인해 팔을 온전히 펴지도 못한 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다. 과도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이 풀린 것은 물론이다. 결국 과도는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 침대 밑으로 떨어졌다.

챙그랑!

침묵이 이어졌다. 적막감이 가득했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떠한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잭은 말을 할 수 없었다. 마치 벙어리가 된 것만 같았다. 그녀와 같은 처지가 된 것 같았다. 그녀가 눈치를 챘을 것이다. 이제는 그녀를 제압할 방법이 없어졌다. 기회가 날아간 것이다. 당연히 단검을 어디에 감추었냐는 질문도 던질 수 없었다.

‘봤을까?’

어차피 그녀는 과도가 떨어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소리를 듣지 못하면 과도가 바닥에 떨어진 것을 알 수 없다.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면 위험을 감지할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녀가 과도를 보지 못하길 바랐다. 그러나 그의 바람은 빗나가고 말았다. 그녀의 시선이 바닥에 떨어진 과도로 향한 것이다. 그녀는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과도를 주워들었다.

“버버버버.”

세상에 이런 바보가 또 있을까? 그녀는 과도를 옷에 닦아 잭에게 건넸다. 미소까지 보이면서 말이다. 그리고 옷장으로 가서 그동안 보관해두었던 단검을 꺼내어 그에게 건넸다.

“아바바바, 버버버.”

잭의 단검이다. 애타게 찾던 단검이다. 단검이 주황색으로 빛을 발했다. 그 색이 너무나 고귀하고 아름다웠다. 여느 단검과는 다른 특별한 단검이다. 그 단검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

“이 병신이!”

잭은 단검을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녀의 몸이 그렇게 침대 위로 던져졌다. 잭은 화가 났다. 그녀의 순수함이 그를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주황색의 단검은 그녀의 목 앞에서 몸을 떨었다.

“소리를 듣지 못하고, 말을 할 수 없어도 지금의 상황은 이해하겠지.”

잭의 목소리에는 살의가 가득했다. 그녀가 놀란 것은 물론이다. 그녀의 얼굴을 통해 그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저항하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은 채,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모습이 마치 목숨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마치 죽음을 기다려온 사람 같았다. 어쩌면 이미 삶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잭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죽여 달라는 거야?”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반항조차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에게 죽음을 안겼지만, 지금처럼 단 한 번의 저항도 없이 목숨을 포기하는 이는 처음이다. 잭은 기운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살의도 사라졌다. 그녀의 목숨을 빼앗는 것에 흥미를 잃고 말았다. 잭은 단순하게 살인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살려는 의지를 강제로 꺾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죽어가는 이들이 지키고자 하는 그것, 포기하지 않으려는 그것, 마지막까지 지키려고 하는 그것을 빼앗는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보낼 수는 없지.”

잭은 손에 쥐고 있던 단검을 옆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그녀의 치마를 잡아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다리가 움직였다. 그녀의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몸짓이 분명하다. 그녀는 잭의 돌발적인 행동에 놀라 소리를 지르고 다리를 꼬며 저항했다.

“어버버! 아바바바!”

잭은 잃었던 흥미를 되살렸다. 온몸으로 흥분을 느꼈다. 그녀를 힘으로 제압하며 부상에도 끄떡없는 자신을 증명했다.

“병신 같은 네년도 여자가 맞긴 하구나! 크하하하!”

잭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사람에게 소중한 것은 목숨만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마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다르고, 그것을 지키려 할 때 필사적으로 저항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오래지 않아 그녀의 저항을 꺾었다. 그리고 그녀가 소중하게 간직해온 순결을 손쉽게 빼앗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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