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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했나 보군. 크크크.’

잭은 죽어가는 병사의 눈을 바라봤다. 얼마나 억울하기에 눈까지 감지 못한 걸까? 죽어가는 이때에 한(恨)을 품으면 상황이 달라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세상에 미련을 남기는 것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는 것이 남은 자에게도 슬픔을 덜어줄 테니까.

잭은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가볍게 몸을 날렸다. 그의 옷자락이 바람에 휘날린다. 옷자락 사이로 허리에 달린 단검이 태양빛을 반사한다. 잭을 잡으려 앞질러 간 병사들은 이미 저 멀리 이동했을 것이다.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더 빠른 속력을 내야만 한다.

타닥!

발길에 채인 모래가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나를 쫓는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쫓는 쪽은 너희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이 기분 좋을 리 없다. 보기 흉한 모습으로 쫓길 바에는 차라리 쫓는 쪽이 낫다. 그 순간, 잭은 나무 뒤쪽에서 살기를 느꼈다.

파바바박!

‘수리검?’

이미 살기를 느낀 잭은 수리검이 날아드는 것을 알아채고 몸을 비틀었다. 수리검이 허공을 가르며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목표를 놓친 수리검은 잭의 뒤에 있던 나무에 나란히 박히고 말았다. 잭은 공격이 시작된 지점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누구냐? 나와라!”

잭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살기를 뿜어내던 나무 뒤에서 한 병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잭은 뜻밖이라는 듯 머리를 갸웃거렸다.

“네놈은 일반 병사가 아니로구나.”

수리검은 비교적 먼 거리에서 살인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무기다. 수리검을 던지기 위해서는 오랜 훈련이 필요한 고로, 일개 병사들이 소지할 수 없었다. 수리검을 사용했다는 것은 그가 여느 병사와는 다른 것을 증명한 것이다. 잭이 그의 정체를 궁금해 하던 그때, 병사는 스스로 정체를 밝혔다.

“나는 경비대장 환이다! 네놈을 잡고 내 이름을 세상에 알릴 것이다.”

“뭐라고? 경비대장? 네가 나를 웃기는구나. 크크크.”

경비라면 적의 기습이나 간첩 활동 등의 예기치 못한 침입을 막기 위한 병사다. 치안을 담당하기 위해 교육받은 것이지, 전쟁을 위해 훈련된 군사가 아니라는 거다. 그러한 병사들의 대장이라고 다를 건 없다. 병아리가 모여 있으면 대장도 병아리일 뿐이다. 싸움을 위한 훈련을 제대로 받았을 리도 없을 텐데, 그러한 자가 성 밖을 뛰쳐나왔다니,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크하하하! 포상이 그리도 탐나던가? 하므왕이 나를 애타게 찾는가보군.”

성 안에 있어야 할 자가 성 밖까지 뛰쳐나올 정도라면 그에 상응하는 포상이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경비대장은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네놈을 잡아가면 알겠지!”

환은 잭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렇다면 지옥에서 하므왕을 기다려라!”

잭은 허리에 차고 있던 두 개의 단검을 꺼내 들고 환의 공격에 대비했다. 두 사람의 몸이 서로 교차하는 순간 요란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에 놀란 동물들은 도망치기에 바빴다. 잭의 단검과 환의 창날은 서로의 몸을 부딪치며 불꽃을 만들어냈다.

환은 자신의 공격을 단검으로 막아낸 잭의 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단검보다 창의 위력이 월등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살인마 잭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단검만으로도 창을 막아냈고, 환까지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크흑!”

“큭!”

혈투는 꽤 오래 이어졌다. 서로의 무기가 공중에서 맞닿은 순간에야 비로소 움직임을 멈출 수 있었다. 그렇게 힘의 균형이 이루어졌다. 힘겨루기에 돌입한 것이다. 잭의 단검과 환의 창이 서로의 몸을 비벼대며 시끄러운 쇳소리를 만들어 냈다. 두 사람의 힘은 비슷했다. 균형이 쉽게 깨질 수 없는 이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생각했다.

‘힘에서 밀리면 당한다!’

사실, 잭은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단검으로 창을 막아내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손아귀에서 서서히 힘이 빠지는 것은 물론, 힘이 빠지는 양만큼 식은땀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은 환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잭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큭!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잭은 기다렸다. 환이 힘을 쏟아 붓는 때를 말이다. 힘을 순간적으로 쏟아내면 짧은 순간에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때가 기회다. 그때가 머지않았다. 환도 분명히 잭의 힘이 빠진 것을 느꼈을 거다. 이제 곧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승부수를 걸어올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드디어, 그때는 찾아왔다. 환의 호흡이 바뀐 것이다.

끼기기긱!

기회를 엿보던 잭은 환이 아껴뒀던 힘을 순간적으로 쏟아내자, 빈틈을 놓치지 않고 창을 튕겨냈다. 그와 동시에 재빨리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때다. 환의 공격을 피했다고 생각한 순간, 그것이 곧 실수임을 깨달았다. 환의 창날이 잭을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다.

푸푹!

“크아아아악!”

잭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환이 잭을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창은 필요에 따라 길이를 조절할 수 있지. 여기가 하므국이라는 사실을 잊었나?”

하므는 에덴의 세 나라 중에서 과학이 가장 발달한 곳이다. 과학의 발달은 하므의 국력이 되었고, 무기에도 많은 변화를 주어 성능을 향상시켰다. 하므성의 경비대장인 환의 창 또한 그렇다. 그 사실을 간과한 것이 잭의 실수다.

“이제 네놈의 목을 가져가야겠다!”

환은 창을 치켜들었다. 두 손으로 손잡이를 움켜쥔 채 손아귀에 힘을 줬다. 그 순간 환은 딱딱한 이물질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아아악!”

바닥을 뒹굴던 잭이 모래를 한 움큼 쥐고, 환의 얼굴을 향해 뿌린 것이다.

“죽는 것은 네놈이다!”

잭은 어깨의 통증을 참아내며 손에 쥔 단검을 들어올렸다. 기어코 반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환 역시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었다.

“저쪽이다!”

잭은 저 소리가 하므국 병사의 것임을 짐작했다. 그들이 가까운 곳에 있었다. 환의 목숨을 취하기도 전에 저들에게 붙잡힐 것만 같았다.

“제길, 나중에 보자!”

잭은 등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므성의 병사들은 더 이상 그를 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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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은 9월 4일 오전 7시에 예약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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