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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으으.”

신음이 흘러나온다. 어깨에 통증이 묻어나온다. 하지만 고통으로 인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살아있으니 눈을 떴다. 눈을 뜨면 세상이 보이고, 세상이 보이는 것은 살아있는 것을 증명한다.

통나무 벽이 보인다. 나무로 된 집이다. 벽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이곳이 얼마나 작은 집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나무로 지어진 작은 집에 커다란 침대 하나를 우겨넣은 것 같은 모양이다. 작은 집안에 놓인 커다란 침대 위에 잭이 누워있었다. 혼자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어쩌면 이 집은 상당히 오랜 세월을 보냈을 지도 모른다. 집을 버티고 있는 나무가 꽤 낡아보였기 때문에 자연히 떠오른 추측이다. 그에 비해 내부는 깔끔했다. 물건은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청결상태도 나쁘지 않아보였다. 집주인은 상당히 깔끔한 성격을 가졌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집안에 장식이 보이지 않는다. 식탁에도 그 흔한 화분 하나 놓여있지 않았다. 아니, 화분은커녕 집안을 꾸미려 노력한 조금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반드시 꼭 필요한 물건만, 필요한 곳에 놓인 것처럼 보인다. 집을 화려하게 꾸미기보다는 집의 구조와 가구를 단순하고 단조롭게 꾸며 실내 공간을 넉넉하게 활용하는 것에 중점을 둔 것 같은 내부다. 이러한 집은 기계문명이 발달한 하므국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하므국에 이러한 통나무집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잭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통증이 또다시 몰려왔다.

“끄아아악!”

참기 힘든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몸을 움직이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몸에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뻣뻣한 느낌이다. 어깨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다. 세심하고 꼼꼼하게 감은 붕대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원인 같았다. 붕대 틈사이로 약초의 향이 은은하게 배어나온다. 매듭까지 깔끔한걸 보면 이 집의 주인실력이 분명하다. 도대체 이 집의 주인은 누굴까? 다 죽어가는 살인마에게 도움을 준 자는 누구일까? 이렇게 어리석은 자는 어떤 얼굴을 가진 녀석일까?

그 순간, 나무와 나무가 몸을 비빌 때 나는 마찰음이 들렸다. 나무로 만들어진 문이 열린 것이다.

끼이이이익!

문이 열리자 인기척이 느껴졌다. 곧 인기척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자?’

방으로 들어온 사람은 여자였다. 수수하고 깔끔한 옷차림과 머리를 단아하게 쓸어내린 여자다.

‘여자는 재미없는데…….’

살인마인 그에게 인간은 살육의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여자는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남자라면 살해하는 과정에서 서로 싸우기도 하고, 강하게 저항하는 상대방의 의지를 꺾는 재미가 있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에 비해 저항하는 힘과 의지가 약해서 그 결과가 뻔하고 시시하다. 부상이 나으면 어차피 죽이게 될 사람이 나약한 여성이라는 사실은 잭에게 아무런 감정도, 부담도 주지 못했다.

잭은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이 나를 치료했나?”

잭의 시선이 그녀의 눈을 향했고, 그녀의 눈동자는 잭을 향해 움직였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잭의 생각을 읽는 것 같았다. 아니, 마음까지 읽는 것 같았다. 마치 불쌍한 살인마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처럼.

“이, 이년이! 사람이 물어보면 대답을 해야 할 것 아냐?”

그녀의 눈빛이 싫었다. 답답하다. 움직일 수 있다면, 움직일 수만 있다면 그녀의 눈에 단검을 찔러 넣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움직일 수 없다. 현재 이 방에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녀뿐이다. 기분이 나쁘다. 그녀가 무슨 짓을 해도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아니, 이미 당하고 있었다. 모멸감이 느껴진다. 모멸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이 내뱉은 말에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곱씹었다.

‘사람이라고?’

그렇다. 사람이다. 비록 살인마라지만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단지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남자와 여자가 다르고 서로의 직업이 다르듯이 ‘너’와 ‘내’가 다른 것뿐이다. 그래서 ‘너’처럼 모멸감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 살인마이기 전에 나도 사람이다.

씁쓸하다. 스스로를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어색하다. 하므국으로 돌아오면서부터 하므인은 잭을 살인마, 또는 악마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떤 인간은 짐승으로까지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 말을 자주 듣다보니 익숙해졌다. 살인마도, 악마도, 짐승도……. 잭은 이미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 사람이 두려워하는 그 무언가가 된 것이다.

그녀가 눈앞에 있었다. 손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다. 잭이 당황하던 그때, 그녀의 손이 잭의 어깨로 향했다. 잭은 피할 수 없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잭의 동의도 없이 부상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에도 통증이 전해질만큼 부상은 심각했다.

“크으으윽! 야!”

갑자기 터져 나온 외마디는 작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처럼 가까운 위치에서 그 소리를 들으면 누구라도 깜짝 놀랄만한 큰 소리다.

그런데 이상하다. 반응이 없다. 그녀가 무덤덤하다. 잭은 그녀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더욱 큰 소리로 말했다.

“야! 너! 내 말 안 들려?”

“…….”

이번에도 그녀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일만 묵묵히 할 뿐이다. 짓이긴 약초를 상처에 바르고 붕대를 새것으로 바꾸는 내내 말이 없었고, 잭의 말도 듣지 못했다. 그렇다. 그녀는 귀머거리였던 것이다.

잭은 허무했다. 그간에 대화를 시도했던 것이 무안했다. 귀머거리인 그녀에게 아무리 윽박을 질러도 소용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부상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언제 이곳을 떠날 수 있는지 말이다. 잭은 그녀의 손목을 붙들었다.

“내 입모양을 봐. 그…….”

잭의 행동은 갑작스럽고 거칠었다. 귀머거리인 그녀가 놀라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잭의 손아귀에서 손목을 빼내며 무거운 입술을 움직였다.

“아, 아바바바, 어버버버.”

잭은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세상 어느 곳에서도 소통할 수 없는 언어였다.

“너, 설마, 벙어리?”

 

작가 코멘트

추석 명절에 한 주 연재를 쉬게 되었습니다. 가능하면 다음 주 중에 한 편을 더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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