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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을 바라봤다. 깨끗하게 빨아놓은 걸 알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제복을 벗을 때면 언제나 지저분한 상태였지만, 성으로 돌아갈 때쯤에는 언제나 깨끗한 상태로 빨아져 있었다. 아내의 수고다. 아내의 노력이다. 아내가 없었다면 이 제복은 더러운 상태를 항상 유지했을지도 모른다. 환은 깨끗한 제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섰다.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고 만족했다. 아내의 내조가 자신의 격을 높인 것만 같았다.

‘아, 내가 무슨 말을…….’

환은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부끄러웠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내에게 윽박을 지르던 자신의 행동이 너무나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아내는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 상처로 인해 괴로울 것이다. 그저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만 내비쳤을 뿐인데, 그 마음에 큰 상처를 주고야 말았다. 아내의 마음을 알고, 그 마음에 공감한다면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려 노력해야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내를 위로하지 못했다. 아내를 감싸주지 못했다. 아무리 일 때문에 예민해졌더라도 사랑스러운 아내에게 그러한 언행을 해서는 안 됐다.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여보!”

아내를 부르자, 그녀가 방으로 들어왔다. 결혼을 하고 17년이 지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자세히 보니,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도 주름이 보인다. 세월의 흔적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만난 이후로 겪은 수고와 고민으로 인해 생긴 주름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은 더욱 커졌다. 환은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작은 몸이 그의 넓은 품으로 들어왔다.

“고마워, 나의 아내가 되어줘서.”

그녀는 말이 없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환의 마음을 알았을까? 환의 미안한 마음을 말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환은 아내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녀의 눈물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 아내가 속상한 마음을 억누르는 것 같았다. 슬픔을 참아내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고 차분한 자세를 유지했다. 그리고 마른침을 삼킨 후에 입술을 움직였다.

“오늘은 교회에 가보려고요.”

“교회에?”

그녀가 머리를 끄덕였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어요. 당신의 일이 잘 풀리도록 말이에요. 그리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하려고요.”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다. 그 마음이 고마웠다. 환이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에 하나다. 환은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감쌌다. 그리고 말했다. 그의 음성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를 위해서도 기도해줘. 우리, 포기하지 말자. 반드시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거야.”

아내가 울먹였다. 환의 목소리에 희망이 실렸기 때문이다. 그 희망은 그녀가 바라던 것이다. 아니, 그들이 바라던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아이가 찾아올 것이라 믿었다. 그녀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환이 하므성으로 떠난 후, 아내는 교회로 향했다. 그리고 곧바로 예배당을 찾았다. 그곳에서 정성을 다해 기도를 올렸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기도를 마친 후, 여느 때처럼 고아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회가 운영하는 고아원이다. 그곳에는 많은 아이들이 있었고, 아이들은 그녀를 어머니라 불렀다.

“어머니!”

고아원에서 놀던 아이들은 멀리서도 그녀를 알아봤다.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그녀는 아이들을 한 명씩 안아주었다.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서 직접 만들어온 과자를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었다.

어느새 다가온 킴 목사가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부인.”

“안녕하세요. 목사님.”

킴 목사는 흐뭇한 미소로 그녀를 바라봤다.

“부인의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입니다.”

“네, 그럼요. 아이들은 모두 제 자식이나 다름없는 걸요? 저는 아이들과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답니다.”

그녀는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을 자신의 자식처럼 여겨왔다. 그만큼 아이들을 사랑했기에 입양을 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 하지만 그녀가 가진 재력으로는 입양이 불가능했다. 입양을 하기 위해서는 입양아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재력을 갖춰야만 했는데, 그 재력을 고아원과 하므성에 증명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녀는 아직 그 기준에 이르지 못했다. 단 한 명의 아이라도 입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세상은 그녀의 입양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순간, 킴 목사의 눈이 빛났다.

“부인,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만.”

평소와는 다른 킴 목사의 눈빛에서 예사롭지 않은 이야기가 흘러나올 것이라는 것쯤은 이미 짐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은 적중했다.

“사실은 얼마 전에 한 아이가 교회 앞에 버려졌습니다. 고아원에는 이미 아이들이 가득해서 자리가 없는데 말이죠. 더구나 이 아이가 아직은 젖먹이라 손이 많이 갑니다. 우리 고아원에서는 꽤나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혹……. 이 아이를 키우실 생각이 있는지요?”

예상치 못한 일이다. 당혹스러운 제안이다. 잠시 망설였지만, 그의 말에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꿈으로만 꿔왔던 일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집안의 여건을 생각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 죄송합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우리 가정에는 아이를 입양할 만큼 여력이 되질 않습니다.”

킴 목사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의 대답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더욱 진지해진 얼굴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 그 모습이 심히 단호해보였다.

“이 아이는 고아원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므국에는 미처 등록되지 않은 아이입니다. 고로 입양비는 필요가 없습니다.”

기회가 왔다. 드디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킴 목사는 그녀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간절한 마음까지도. 그러한 그의 제안이 잘못됐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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