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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너를 죽이러 왔어!]

7. 뭐, 얘…얘가 여자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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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간(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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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7. , 얘가 여자아이라고?

 

“아버지, 저는 정말 싫습니다! 저보다 세 살이나 어린아이 배동이라뇨. 게다가 당분간 황녀와 놀라니….”

 

이조는 그답지 않게 아버지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이조야, 너처럼 뛰어난 아이를 왜 지 전하의 배동으로 삼았겠느냐? 분명 폐하께선 지 전하를 후사로 생각하실 거다. 그러니 전하와 잘 지내거라. 황녀님과도 잘 지내고. 다 대업을 위해 필요하니 꾹 참아라.”

 

“다른 건 참을 수 있습니다. 근데, 여자아이와 놀라는 건… 제게 치욕과도 같습니다.”

 

“이것도 다 인생 경험이다. 사람이 어찌, 맨날 자기와 맞는 사람하고만 어울리겠느냐. 때론 안 맞아도 맞는 척해야지. 분명 너와 수준 차이가 크다고 봐야 한다. 너는 잘 해내리라 믿는다.”

 

“아버지, 저는 속마음을 못 숨깁니다. 그런데 어찌….”

 

“좀 전에 내가 본 건 네가 아니었더냐? 황후 앞에서 그리 천연덕스럽게 모르는 척해 놓고.”

 

“……!”

 

순간 이조는 저도 모르게 끙 소릴 냈다.

자원은 아들 속이 훤히 들여다보여 웃음이 나오는 걸 애써 숨겼다.

 

“……아버지, 대신, 황녀에겐 한 달에 한 번만 가겠습니다.”

 

“아니 된다. 너는 특별히 삼일에 한번 궁에 오라 하셨으니 그때마다 들르거라.”

 

오늘따라 아비 말이 왜 이리 야속할까.

불만을 속으로 삼킨 이조가 시무룩했을 때였다.

그의 앞을 쪼르르 지나가는 누군가를 본 그의 눈이 화들짝 커졌다.

 

‘저…저 머린 대체 뭐야?’

 

이조는 제 눈을 의심했더랬다.

뭔가 불안한 듯 두리번거리던 까까머리가 그와 눈이 마주치자 되돌아왔다.

그리곤 그의 옷자락을 잡는데, 순간 경기할 뻔했다.

 

‘아무리 사내아이지만. 저건 진짜….’

 

살다 살다 이런 머린 또 처음일 터였다.

아기들이 갓 태어났을 때나 봤음 직한 그런 머리.

아, 그것보다 짧으면서 듬성듬성 성의 없이 잘라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대체 누가 잘랐는지 기막힌 것도 잠시, 뭐지 이 기분?

그의 기민한 감각이 말하고 있었다.

어서 피하라고.

이조는 조금 전 불퉁한 기분을 깡그리 잊고 바삐 걸었다.

하지만 어느새 다가온 꼬맹이가 그의 옷자락을 다시 잡았다.

 

“너, 뭐냐! 왜 남의 옷 잡아?”

 

“……도아조! 나쁘 노미 나, 따라와.”

 

사내아이의 말에 이조는 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없는데 무슨? 너, 지금 장난하냐! 바쁘니까 가라.”

 

차갑게 쳐다본 이조가 뒤돌아선 찰나였다.

그 순간 까까머리가 잽싸게 품으로 파고들었다.

 

“……!”

 

인상을 구긴 이조가 얼른 꼬맹이를 살짝 밀었다.

 

“아!”

 

힘이 너무 셌을까?

신음과 함께 쪼그만 게 비틀거리며 휘청였다.

다치게 할 생각 없던 그의 손이 얼른 아이를 부축하는데, 그 틈에 품에 안겨든 녀석.

이건 뭐, 세게 밀자니 부러질 거 같고, 그렇다고 이러고 있으려니 이조는 기막혔다.

그의 일곱 평생, 이런 일은 또 처음 당했다.

얘는 그를 언제 봤다고 이리 달려드는지.

이조가 손에 힘을 줘 아이를 떼려 하자 꼬맹이가 울먹대기 시작했다.

 

“으으! 무써버. 무써따 마리야. 형아! 저…기 사라미 으으, 나, 때리 꺼야. 나, 저기 마즈면 쭈거.”

 

자원과 이조는 자그만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보곤 인상을 구겼다.

아이 말이 맞았다.

몇몇 궁인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서성이고 있었다.

이조는 급한 마음에 아이를 제 뒤로 숨겼다.

그러자 자그만 아이가 얼른 쪼그려 앉는데.

가까이 다가오는 발걸음에 긴장한 작은 몸이 그의 곁에 바짝 붙었다.

그래도 영 불안한지 이조의 장배자(한복의 긴 겉옷) 속으로 몸을 숨긴 아이.

궁인들이 이조 쪽으로 점점 다가올수록 심장이 튀어나올 듯 콩닥콩닥했다.

 

사사삭!

궁인들의 치마 끌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다리를 바삐 움직이는 그들 행동에선 아이가 말한 그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누군가를 해하려는 그런 기운이….

순간 그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둥둥 떠다녔다.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 때쯤, 등 뒤로 느껴지는 꼬물이 행동에 이조는 움찔움찔했다.

 

“야, 그만 꼬물거려!!”

 

아이만 들리게 작게 말하자 꼬물이 동작이 우뚝 멈췄다.

아주 잠시 편했더랬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 꼬맹이가 그답지 않게 저러고 있으니.

온 신경이 등 쪽으로 쏠렸다.

 

‘호흡은 제대로 하나? 아직 너무 어려 답답할 텐데….’

 

이조는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밀려왔다.

궁인들이 빨리 지나쳐 가길 바란 그는 멀리서 들린 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황녀님~, 황녀님!!”

 

‘……뭐야, 황녀를 찾고 있었어? 그럼, 얘는 상관없잖아.’

 

황녀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에 이조는 안심했더랬다.

황녀와 전혀 상관없는 꼬맹이가 그녀와 무에 상관있을까?

녀석이 그녀와 엮일 일 전혀 없으리라 여긴 이조가 장배자(긴 겉옷)를 걷어내려 했다.

그때 어쩐 일인지 작은 손이 빠져나오길 거부했다.

대체 왜?

그러다 궁인들을 보며 무서움에 떨던 꼬물이를 떠올리곤 어긋난 추측을 했다.

꼬물이는 분명 황녀에게 밉보여 도망쳤다고.

그래서 궁인을 보곤 그리 놀랐으리라 추측한 이조였다.

아주 잠깐 꼬맹이를 걱정한 순간, 궁인들이 그 앞에 다가왔다.

어느 틈에 다가온 궁인들을 그가 느끼지 못했단 사실에 동공 지진이 일었다.

말이 안 되었다.

무술도 못 하는 여인의 걸음을 인지 못 했다니.

전장이었으면 죽었을 터였다.

이조 나이 비록 어리지만, 성인과 대결해도 어느 정도 자신 있던 그였다.

그런 그가 처음 보는 꼬맹이를 신경 쓰느라 그들을 놓쳤다.

 

‘이조야, 절대 방심하지 마라. 적은 네가 약해질 때. 빈틈을 뚫고 너의 심장을 찌를 거다.’

 

무술을 배울 때마다 들었던 스승의 조언이 이리 가슴에 박힐 줄이야.

이조는 부족한 저를 탓하며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한편 이조와 자원 앞을 지나가려던 궁인들은 이상하게 등줄기가 오싹했다.

특히 아홉 살은 되어 보이는 도령의 금안에서 나오는 형용할 수 없는 기운에 숨이 차오른달까.

 

“저…죄송합니다. 혹시… 여기 지나가는 은발 여자아이 못 보셨습니까? 머리카락이 엉망으로 잘려 보기 싫었을 텐데요.”

 

그들을 그냥 지나치려던 한 궁인이 용기를 내 물었다.

 

‘……! 뭐, 얘…얘가 여자아이라고? 헐!’

 

전혀 예상치 못한 탓에 이조의 뇌가 잠시 멈췄다.

그 순간 튀어나오려는 속엣말을 삼키느라 애먹었다.

 

*

 

나는 오늘 처음 머리카락을 잘랐다.

매일 곱슬머리를 빗질하느라 애쓴 나인과 나를 위해 과감하게 손질했다.

 

‘이히히! 아, 시원해. 진작 자를걸. 이렇게 시원한 걸 왜 못하게한데? 역시 여름엔 짧은 게 최~고야!’

 

어른들은 왜 머리를 치렁치렁하게 기를까?

목 뒤로 닿는 바람이 이리 상쾌한 걸 그들은 분명 모를 거다.

이걸 경험한다면 긴 머리를 고사할 리가 없지.

그동안 곱슬머리를 묶느라 아침마다 고생한 걸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렸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예쁘게 자른 머리를 자랑하고 싶어 만령전(황후 처소)으로 발길을 틀었다.

그런데 이건 뭐지?

나를 마주친 궁인의 표정이 장난 아니었다.

다들 왜 그리 인상 찌그리는지.

 

“……황녀님?”

 

“……! 대체 왜, 왜…? 아-!”

 

나를 본 행사에 동원된 천수전(황녀 처소) 궁인의 낯빛이 파리해졌다.

 

‘……뭐야?’

 

 

작가 코멘트

짜잔! 별난 황녀님 등장이요! 다음 회차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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