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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너를 죽이러 왔어!]

5. 무슨 여자가 저리 별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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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5. 무슨 여자가 저리 별날꼬?

 

“아-아악!”

 

사람들의 비명으로 주변이 아비규환(阿鼻叫喚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참상)이었다.

나무를 휘감아 오르는 불기둥이 너무 거셌을까?

꽤 높이 있어 추위에 얼어붙었던 감각이 거센 바람과 함께 확, 올라오는 불춤에 되살아났다.

불기둥의 뜨거운 열기가 나를 집어삼킬 듯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이제 다른 의미로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이제… 더는… 춥지… 않…….’

 

*

 

고려는 예로부터 충주 유씨 가문과 황주 황보씨 가문에서 번갈아 황후를 배출했다.

이십 년 전, 충주 유씨 가문의 황후가 간택되었다.

그녀는 황주 황보씨 가문의 귀비와 함께 내명부를 덕(德)으로 잘 이끌었다.

과거 내명부 여인들이 이리 사이좋았던가.

그럴 리가.

젊은 황제는 여인들의 투기로 선대 황제가 골머리 앓던 걸 봤던 터라 그들이 신기할 정도였다.

황실은 그야말로 평화로웠다.

하지만 이들의 균형은 귀비가 황자를 낳은 뒤, 깨지기 시작했다.

황후는 어찌 된 일인지 아이가 들어서지 않았다.

합방을 그렇게 해도 아이가 생기지 않자, 황후는 걱정이 많았다.

궁궐 안 그 누구도 그녀에게 아이에 대해 말하진 않았다.

허나 황주 황보씨 가문의 수장, 태보의 사랑채 안에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하하하! 대감! 황후가 석녀(石女-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였습니다. 석녀! 이거 조금만 쑤시면 황후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습니까?”

 

무에 그리 좋은지 사랑채 밖으로 사내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허! 그 목소리 좀 낮추게! 그리 시끄럽게 떠들어서야. 어찌 일을 꾸밀까!? 자네 때문에 시작도 하기 전에 일이 틀어지겠네그려.”

 

태보(정 1품)는 방정맞게 속내를 드러내는 이가 못마땅해 꾸짖는 목소리에 화가 실렸다.

 

“……!”

 

“앞으로 그 입! 조심하시게. 어쨌든, 황후가 석녀라는 건 좋은 소식이네. 아니 그런가?”

 

“…… 예, 그렇습니다.”

 

“자네는 지금 당장 귀비 집안에 연통을 넣게. 나머지는 내 알아서 하지.”

 

“예, 그리 하지요.”

 

태보의 사랑채에서 황후를 몰아내기 위한 작업이 무르익었을 때였다.

충주 유씨 가문의 황후가 기적적으로 쌍둥이를 낳았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더 늦었다면 그녀는 자리를 보존하지 못했을 터였다.

황제는 한꺼번에 생긴 겹경사에 연회를 열었다.

그는 아들은‘왕지’, 딸은‘왕지수’로 이름 지었다.

두 아이는 무럭무럭 잘 자랐다.

쌍둥이여서일까?

둘은 아파도 같이 아팠고, 울어도 같이 울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智)는 장롱 위에 올라갔다가 떨어진 뒤 의식 불명이었다.

그 일로 지(智)가 머물던 곳은 폐쇄되었다.

이상했다.

황제는 그 누구도 병문안을 허락하지 않았다.

당시 귀비 슬하에 있던 휘(輝)의 나이 5살, 황후 슬하에 있던 지수의 나이 2살이었다.

 

*

 

황제는 황자 휘(輝)를 무척 총애했으나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해 학문의 경지가 높았고, 무예도 깊었다.

해서 모든 이들이 휘를 차기 황제감이라 여겼다.

그래도 황제는 황후 소생의 아들에게 차기 황제 자리를 주고 싶었다.

고려가 개국(開國)한 지 얼마 안 된 터라 정권 안정을 위해 다음 황제는 꼭 황후 소생이어야 했다.

게다가 휘의 가문 ‘황주 황보씨 가문’의 수장이 욕심이 많은 자라 더 그랬다.

예로부터 외척(外戚)이 설쳐 나라가 혼란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휘(輝)의 자질이 너무 뛰어난데 어쩐다? 이러면 대신들이 분명 휘에게 힘을 실어줄 텐데.’

 

대신들이 휘를 칭찬할 때마다 황제는 귀를 닫았다.

그렇다고 자식 칭찬이 듣기 싫은 건 또 아니라.

그들 몰래 나풀거리는 입꼬리를 애써 누르는 황제였다.

하긴 자식이 뛰어나다는데 싫을 리가 없을 터.

그는 그저 휘(輝)가 지(智)에게 위협되지 않길 노심초사했다.

 

‘아, 큰일이구나. 지(智)가 건강하면 뛰어난 배동(陪童-상전을 따라다니는 아이)을 붙이련만…….’

 

휘의 실력이 늘 때마다 황제는 기쁘면서도 슬펐다.

이러다 지가 영영 휘를 따라잡지 못할까 걱정이 많았더랬다.

지(智)는 다친 뒤로 계속 의식이 없는데.

지수는 벌써 온 궁궐을 돌아다니며 사고란 사고는 다 치던 터라. 황제가 더 속상했으리라.

일주일이면 의식을 차릴 것 같은 아이가 벌써 2년째 저러고 있으니.

황제의 속은 지(智)에 대한 걱정으로 까맣게 타들어 갔다.

한편 매일 지수가 친 사고를 전해 듣던 황제는 ‘황녀’란 말만 들어도 골치 아팠다.

 

“아니 저 녀석이! 무슨 여자가 저리 별날꼬? 하는 행동이 꼭 사내 녀석 같으니. 쯧쯧! 차라리 지(智)가 아니라 지수가 다쳤으면 좋았을걸….”

 

누워있는 아들을 바라보던 황제가 무심코 말을 뱉어내곤 화들짝 놀랐다.

 

“맙소사!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미쳤구나, 미쳤어. 자식을 두고 누가 다치면 좋겠다니. 하-! 지(智)야! 어서 일어나거라. 네가 이러고 있으니 자꾸 나쁜 마음 먹는 게 아니냐.”

 

*

 

그로부터 얼마 뒤 황제는 배동을 들이겠노라 하셨다.

소식을 접한 경주 김씨 가문의 자원이 공부하고 있는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내 아들이 아니면 누가 배동이 될까?’

“이 책은 송(宋)에서 온 상인에게 내 특별히 부탁한 책이다. 읽을 만하더냐?”

 

아들이 읽고 있던 책을 본 자원이 물었다.

 

“예, 근래에 읽은 책 중에 제일 괜찮았던 거 같습니다.”

 

“그랬다면 다행이구나. 너는 조광윤(북송의 초대 황제)이 사병을 철폐하고 과거제로 직접 인재 뽑은 게 왜 그런 거 같으냐?”

 

“……그건, 개국 공신들이 그를 칠까 봐 두려웠을 거예요. 그도 왕조를 그렇게 세웠으니까. 그들을 믿을 수 없었던 거죠. 그래서 모든 군대를 황제 밑에 두고, 새로운 관리를 뽑아 그들을 견제했다고 생각합니다.”

 

자원은 만족스런 대답을 들은 듯 옅게 미소 지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이조야, 너는 나라를 송(宋)처럼 문치(文治 - 학문과 법령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정치)로만 다스리는 걸 어찌 보느냐?”

 

“예로부터 나라는 문(文)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야 나라가 평화로워지니까요.”

 

“문(文)으로 다스리면 나라가 평화로워진다? 누가 그러더냐!?”

 

자원은 아들 대답이 탐탁지 않아 눈가를 살짝 찌푸렸다.

그리곤 어두운 표정으로 재차 물었다.

 

“……예? 나라를 무력으로 다스리면 백성들이 힘들어….”

 

이조는 잠시 당황했더랬다.

대체 뭐가 잘못됐는지 몰라 망설일 때, 아버지의 표정을 본 어린 이조가 말문이 턱 막혔다.

 

“성현(聖賢)의 말은 잊어라. 그건 다 이론일 뿐이니. 정치란 어느 하나만 치중해선 안 된다. 법으로 백성들에게 하지 말라 한들 그들이 따르겠느냐? 말도 안 될 소리! 그걸 통제하는 자가 없으면 민가에선 범죄가 들끓는다.”

 

“……!”

 

“그럼, 백성들이 어떨 것 같으냐? 잘도 나라를 믿겠다. 범죄가 드글드글한 곳을 누가 좋아할까!? 그리되면 나라의 기강이 송두리째 흔들릴 거다. 그럼, 어찌해야 할까!?”

 

작가 코멘트

이 이야기는 고려를 배경으로 했지만, 모든 인물이 다 가상인물입니다. 약간의 상황이 고려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만 참고 하시면 좋을 듯해요. 이조 집안의 남다른 배경, 지와 휘의 또다른 미묘한 관계가 그려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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