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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너를 죽이러 왔어!]

6. 제왕학을 계속 몰라야 할 겁니다. 아니면 죽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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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6. 제왕학을 계속 몰라야 할 겁니다. 아니면 죽게 될 테니

 

“그럼, 어찌해야 할까?”

 

“……!! 보다 강력한 법으로 백성을 다스리면….”

 

탕탕탕!

서안(書案, 낮은 책상)을 두드리는 자원의 인상이 사나웠다.

 

“법, 법, 법! 그놈의 법이 밥 먹여 주더냐! 정치란 항상 문(文)과 무(武)가 함께 동반돼야 한다. 여직 생각이 그리 얕아서야. 다음부턴 더 깊이 생각하거라!”

 

“……! 예,…그리하겠습니다.”

 

이조는 뒤늦게 그런 일차원적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 낯빛이 창백해졌다.

아들의 머뭇거림에 자원은 그답지 않게 그의 생각을 주입해 버렸다.

 

‘나답지 않게 너무 조급했다. 저 아이 이제 겨우, 하-! 생각보다 세월이 너무 흘렀어. 신라가 멸망한 게 불과 몇 해 전 같은데, 세월이 벌써 이렇게 흘렀으니.’

 

작은 손을 말아쥔 아들을 본 순간, 자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들의 축 처진 어깨가 왜 이리 보기 싫은지. 뒤늦게 표정을 푼 자원이 덧붙였다.

 

“이조야, 세상엔 너보다 훌륭한 인재가 많단다. 항상 겸손하고 더욱 공부에 매진(邁進)하거라. 또한 세상에 나가 그들이 어찌 사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백성들의 삶에서 네가 배운다면, 훗날 많은 도움 될 거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아비 앞에 마주 앉은 꼬맹이가 어찌나 공손히 말하는지 누가 보면 열 살은 넘은 줄 알겠다.

허나 그의 나이 고작 일곱 살.

어른 말 한마디에 기운이 돋고 상처받는 나이라, 아비 표정에 따라 그 또한 확연히 달라졌다.

 

“무예도 열심히 수련해라. 너는 누구보다 강해야 함을 잊어선 안 된다.”

 

“예.”

 

어린 아들에게 뭘 저렇게까지 하라는 걸까?

무거운 짐을 계속 아들에게 주는 것 같아 밖에 있던 아내가 참다못해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안타까운 눈길로 아들을 본 아내가 그의 말에 끼어들었다.

 

“서방님! 이조, 이제 겨우 일곱 살입니다. 너무 재촉하셔서 아이가 지칠까 두렵습니다.”

 

“부인,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소. 이조는 남들보다 월등히 뛰어나야 합니다. 잊으셨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제가 어찌 그 마음 모르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후-!”

 

옅은 숨 뱉어내는 어미를 본 이조가 얼른 그들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머니, 전 괜찮아요. 더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열심히 해야 저희 가문이 일어나잖아요. 열심히 할 겁니다. 꼭 해낼 거예요.”

 

맙소사! 겨우 일곱 살에 저런 생각을 한다니.

안산 김씨 부인은 순간 누군가 가슴을 쿵, 치는 듯해 숨이 막혔다.

아무리 가문의 미래가 중요해도 자식을 저리 몰아붙이는 남편이 미울 수밖에 없었다.

괜찮다는 말에 방문을 닫는 김씨 부인의 눈언저리가 짙어졌다.

 

“하-!”

 

땅이 꺼질 듯 긴 한숨 뱉은 그녀는 늦게까지 이어지는 대화를 뒤로 둔 채 안채로 향했다.

 

*

 

그로부터 며칠 뒤, 이조는 황궁에 불려갔다.

황제 앞에서 당당히 실력을 검증받은 아들이 자원은 뿌듯했다.

그에 반해 이조는 기분이 상한 듯 뽀로통해졌다.

 

‘대체 황자는 어딨어? 절차 한번 까다롭네.’

 

궁에 들어온 지 한시진 반(3시간 정도)이 지났건만.

황자 얼굴 코빼기도 못 보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시험이나 치고 있으니 그럴 법했다.

그러고도 이조는 또 만령전(황후 처소)에 들러야 했다.

 

“황후 전하를 뵈옵니다. 천세 천세 천천세!”

 

아비와 함께 온 이조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눈빛이 꽤 날카로웠다.

 

“어서 오세요. 조금 전, 폐하께 전해 들었습니다.”

 

황후는 이조에게 가까이 오라 명한 뒤 이것저것 하문하셨다.

그런데 그녀 질문이 아이러니하게도 어젯밤 자원이 한 것과 비슷했다.

 

“이조야, 너는 백성을 덕(德)으로만 다스리는 황제를 어찌 생각하느냐?”

 

‘……! 이건 어제 그….’

 

제왕학(한 나라의 군주가 갖추어야 할 학문)을 질문한 의도를 간파한 자원이 잠시 움찔했다.

자원은 이조가 혹시 실수할까 조마조마했다.

 

“이런 폐하를 모실 수 있다면 이는 백성에게 큰 복(福)이 아닐는지요. 그들이 분명 폐하를 성제(聖帝 성군)라 칭송할 것이옵니다.”

 

답을 뻔히 알던 이조는 아이스러운 답을 내놓았다.

그의 천진한 답에 자원은 눈이 커졌고, 황후는 다소 의심스런 눈빛이었다.

물론 이 또한 아이답지 않았으나, 조금만 생각해도 할 법한 답이었다.

마치 제왕학을 모르는 듯한 답에 황후는 재차 물었다.

 

“정령, 그리 생각하느냐?”

 

“예, 전하.”

 

“만약 네가 그런 폐하를 모시게 된다면 신하로서 할 말이 그게 다더냐?”

 

“……! 예, 전하, 소인이 아직 배움이 부족하여… 다른 생각은…….”

 

이조는 정말 모르겠다는 듯 순수한 얼굴로 답하곤 머리를 조아렸다.

 

“……그만, 배우지 못한 탓이니. 그리 읍할 건 없다. 자원! 아이가 참으로 총명하군요.”

 

황후는 의심을 풀은 척 인자한 미소를 지었으나 그 눈빛엔 또 다른 뜻이 있는 듯했다.

 

“과찬이십니다.”

 

예의상 고개 조아린 자원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이 아이가 제왕학을 계속 몰라야 할 겁니다. 아니면 그 목숨 유지하긴 힘들 테니.’

 

‘그러진… 못할 것 같습니다만. 그런 척이야 할지도…. 음! 무예도 배우지 않은 여자가 무슨 기가 이렇게? 그래도 저도 황후라 이건가. 흐, 우습군.’

 

두 사람의 무언의 기 싸움이 장난 아니었다.

황후의 무언의 압력에 자원의 이마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둘 사이 차가운 눈빛 교환이 얼마나 이뤄졌을까?

자원이 먼저 시선을 내렸다.

 

“폐하께 들으셨겠지만, 이조는 지(智)의 배동이 될 겁니다. 당분간 궁궐에 들어와 예법을 익히게 하고 휘(輝)와 함께 지내게 하죠.”

 

“전하, 지(智) 전하께선 언제쯤 만날 뵐 수…….”

 

이조의 물음에 황후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녀 낯빛이 그늘진 순간, 이조는 뒤늦게 실수를 깨달았다.

 

‘뭐지? 황자에게 무슨 일 있나?’

 

“……! 지(智)는 몸이 약한 데다 고뿔에 걸려 당분간 너를 못 볼 거다.”

 

입술을 깨문 황후가 감정을 억누르는 걸 본 이조는 의아했다.

 

‘겨우 고뿔 걸렸다고 저렇게까지…걱정해?’

“……예.”

 

“이조야! 혹, 지(智)의 얼굴이 궁금하거든 황녀를 만나보거라. 그리고, 가끔 지수와 놀아주면 좋겠구나. 그 아이가 성격이 사내 같아서. 너와 노는 게 맞을 거다. 그러겠느냐?”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마지못해 대답한 이조의 낯빛이 어두웠다.

만령전(황후의 처소)을 나온 이조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아비를 힐끗 쳐다봤다.

 

“아버지, 저는 정말 싫습니다!”

 

“……?”

 

작가 코멘트

다음편은 지수와 이조의 첫만남이 그려질 예정입니다. 너무 놀라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ㅎㅎ. 너무 특이한 여주라. 걱정이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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