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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너를 죽이러 왔어!]

1. 마녀라는 이름으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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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마녀라는 이름으로(1)

 

나는 오늘… 죽는다.

더는 생에 미련도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나를 보러온 형이 내 마음에 커다란 돌을 던졌다.

 

“내게서 도망치지 마라. 내가 널 지킬 수 있게 내 옆에 딱 붙어있어라. 내 숨이 붙어있는 한 넌, 내 황후다.”

 

“……! 형,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내가 어떻게 형과….”

 

더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큼지막한 손이 내 입을 가려버려 커다래진 눈만 데구루루 굴렸다.

이 일 있기 하루 전, 나는 옥사에 있었다.

 

*

 

며칠 동안 내린 눈으로 무릎까지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이 쌓였다.

후우우 휘이이이!

강한 바람과 함께 눈이 휘몰아쳐 궁궐 안을 순찰하는 견룡군은 눈뜨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들 무리가 지난 곳마다 하얀 눈밭에 그들 자국이 선명히 남았다.

뽀드득뽀드득!

무릎까지 쌓인 눈에 발이 빠진 한 견룡군이 힘겹게 발을 빼려다 신발이 벗겨졌다.

허리를 굽힌 견룡군이 신발을 꺼내려 시간을 지체했다.

무리에서 처진 그가 그들을 쫓느라 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바람이 숭숭 통하는 옥사 안, 한 귀퉁이에 누군가 누워 있다.

몸을 최대한 접은 채 찬 바닥에 누운 이는 어째 미동도 없다.

죽었나?

은발에 헝클어진 머리가 며칠째 감지 않은 듯했다.

작은 얼굴을 덮은 떡 진 머리가 답답해 보일 때쯤, 가녀린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였다.

추위를 견디려 건초더미를 힘겹게 끌어당기던 손가락이 흩어지는 건초더미에 그대로 멈췄다.

돌아누울 때마다 약간씩 찡그리는 얼굴이 참으로 애처로웠다.

저리 여리디여린 몸이 대체 무슨 죄를 지어 저런 꼴로 있단 말인가.

여인이라기엔 손이 꽤 거칠었다.

그렇다고 노비로 보기엔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여인에게 있긴 힘든 상처가 손바닥에 떡하니 있는 게.

뭔가 날카로우면서 무거운 것에 베인 듯한 상처가 예사롭지 않았다.

오래전 상처가 저리 흉하게 남은 걸 보면.

당시 고통이 극심했으리라.

허나 지금 그녀가 힘들어하는 이유는 이게 아닐 터였다.

 

후우우 휘이이이이!

밤이 되자 기온이 뚝 떨어져 찬 바람에 살이 에일 듯한데.

아니나 다를까 옥지기들이 추위에 몸을 떨며 옷을 여미기 바빴다.

 

“와! 올해는 추위가 장난 아니네그려.”

 

“마누라가 근무복 안에 몇 겹이나 옷을 만들어 줬는데도 추워서 온몸이 으슬으슬 떨려.”

 

옥사 앞에서 떨고 있던 옥지기가 안에 있는 죄수를 쳐다봤다.

 

“우리도 이런데 안에 있는 분은 오죽하실까?”

 

“그러게. 그래도 이제 곧 저 고통도 끝나겠지. 내일이 저분이 처형되시는 날이잖아.”

 

“후, 하늘도 정말 무심하시지. 저리 어리신 분이 가시는데. 이리 많은 눈이 올 게 뭐람.”

 

옥사 안, 대화를 듣고 있던 지(智)는 천천히 돌아누워 쌓인 눈을 멍하니 바라봤다.

한동안 밖을 응시하던 눈길에 감정이라곤 없었다.

그러다 졸리는지 눈을 스르르 감았다.

 

다음 날 아침, 장시간 밖에 있던 옥지기들은 발이 시려 동동거리고 있다.

잠시 뒤 옥지기가 마지막 식사를 위해 옥사 안으로 들어갔다.

추운 날씨 탓일까? 찬 바닥에 누워있던 지(智)가 온몸을 한껏 웅크리고 있다.

 

‘아직 살아계실까? 곡기를 거르신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는데….’

 

지(智)를 깨우는 옥지기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괜찮으십니까?”

 

옥지기는 그녀의 무반응에 낯빛이 창백해졌다.

그가 어찌나 놀랐는지, 그녀를 흔드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폐하, 폐하! 일어나십시오! 폐하!!”

 

힘겹게 눈을 뜬 지(智)가 멍하니 무언가를 응시했다.

초점 없는 눈빛이 그를 바라보다 다시 눈을 감자.

 

“폐하!!”

 

“…….”

 

다급히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커졌다.

감았던 눈을 슬며시 뜬 그녀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벽에 기대는 걸 돕는 옥지기의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폐하, 식사하십시오.”

 

건조한 눈빛으로 주먹밥을 내려다본 지(智)가 잠시 눈을 감았다.

 

“오늘인가? 나의… 처형 날이…….”

 

그 소리가 어찌나 작은지 가까이 있어도 듣기 힘들어, 옥지기는 혼잣말이 아닌가 생각했더랬다.

제 죽음을 묻는 그녀 표정이 너무도 담담해 그는 놀랬다.

그러다 그는 그녀가 대답을 기다리고 있음에 잠시 머뭇거렸다.

 

“……송구하게도…….”

 

“……알겠네.”

 

지(智)가 받아든 주먹밥을 한입 베어 물곤 그대로 다시 누웠다.

 

*

 

철컥철컥

옥사 주변을 둘러싼 요란한 소리.

여기저기서 들리는 갑주 소리와 함께 무장한 병사들이 다가왔다.

 

‘벌써 오시(오전 11시 ~ 오후 1시)?’

 

옥지기가 어두운 표정으로 옥사에 들어갔다.

 

“폐하, 어서 일어나십시오. 폐하!”

 

그가 여러 번 흔들어 깨운 뒤에야 지(智)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곤 주먹밥이 아직 손에 있는 걸 보곤 쓰게 웃었다.

그녀가 떠난 차가운 옥사 바닥엔 먹다 만 주먹밥이 덩그러니 남았다.

지(智)가 밖으로 나오자 황태후를 비롯한 귀족들과 낯선 견룡군(황실 경호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들을 슬쩍 쳐다보곤 땅바닥을 내려다봤다.

 

“옥사 안에 그렇게 있어도 아직 우리가 누군지 보이시나 봅니다. 이리 시선을 피하는 걸 보면. 오늘은 내 친히 아들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려 했는데. 아, 딸인 걸 또 깜빡했네요. 그래서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습니다. 그러게 왜 진작 밝히지 않았습니까? 그럼, 이리되진 않았을 것을….”

 

“…….”

 

황태후는 오늘 승자의 기쁨을 한껏 맛보고 싶었다.

그녀 손으로 권력의 정점에 있던 이를 무너뜨렸으니 마지막까지 보고 싶달까.

해서 지(智)의 신경을 부러 건드렸다.

근데, 나이도 어린 것이 꼭 남의 얘기 듣는 양 무심한 표정으로 일관하니.

순간 황태후는 기분이 엿 같았다.

그러다 지가 신고 있던 멀쩡한 짚신이 영 눈에 거슬렸다.

황태후의 표정이 차갑게 변한 건 찰나였다.

 

“죄인에게 신발 따윈 필요 없지. 어서 신발을 벗겨라! 그는 처형장까지 걸어갈 거다. 밖에 준비된 간이 옥사도 당장 치워라!”

 

‘……!’

 

황태후 말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놀라 지(智)의 표정을 살피기 바빴다.

 

‘대체 왜 저렇게까지…?’

 

누구 하나 쉽게 지(智)의 신발을 벗기려 나서지 않았다.

하긴 한때 주군이었던 분께 어찌 그럴 수 있을까?

그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을 때, 지(智)는 아무렇지 않은 듯 신발을 벗어 포박 받을 준비했다.

견룡군이 지(智)의 손목에 곡(梏 손목에 채우는 수갑)과 발목에 질(桎 발목에 채우던 것)을 채웠다.

예를 갖춘 견룡군이 출발하려 하자, 황태후가 그들 발목을 잡았다.

 

“잠깐, 처형장으로 갈 때 죄인이 쓰러지면, 사정없이 채찍으로 때리세요. 그럼, 정신이 번쩍 들어 일어날 겁니다. 아, 만약 죄인이 쓰러져도 채찍으로 때리지 않으면, 채찍을 들고 있던 무사의 목을 가차 없이 베세요. 알겠습니까!?”

 

“……!!”

 

 

작가 코멘트

안녕하세요? 시거울입니다. 앞부분이 무거운 내용이죠? 여주가 위기 상황을 잘 벗어 날 수 있을까요? 조금만 참으시면 재밌는 부분이 나올 거에요. 잘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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