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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너를 죽이러 왔어!]

2. 마녀라는 이름으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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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 마녀라는 이름으로(2)

 

“잠깐, 처형장으로 갈 때 죄인이 쓰러지면, 사정없이 채찍으로 때리세요. 그럼, 정신이 번쩍 들어 일어날 겁니다. 아, 만약 죄인이 쓰러져도 채찍으로 때리지 않으면, 채찍을 들고 있던 무사의 목을 가차 없이 베세요. 알겠습니까!?”

 

“……!!”

 

지와 전장을 함께 누빈 이들이 방금 들은 말에 제 귀를 의심했다.

지(智)가 그토록 지키려던 모후는 마지막 가는 길까지 잔인한 선물을 줬다.

 

‘저게 잠시나마 어미였던 자가 할 말인가? 아무리 친자식이 아니라지만. 그녀가 황제를 죽이려 했어도, 몇 번이나 어미라고 살려줬는데….’

 

명에 따르려니 견룡행수(오늘날의 대통령 경호실장)는 참으로 난처했다.

 

“아, 또 하나 있네. 아드님! 아니, 딸이라 해야 하나? 혹시 백성들이 몰려들거든 그들을 환대하세요. 그들이 아주 좋은 선물을 줄 겁니다. 기대해 보세요. 혹시, 압니까?”

 

“…….”

 

황태후는 아무리 마음을 흔들어도 지(智)가 반응이 없자, 입을 씰기죽거렸다.

 

“너희들은 백성들을 보면 즉시 물러나라! 알겠느냐?”

 

“예, 명 받들겠나이다.”

 

그들이 처형장으로 출발함과 동시에 다시 눈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저리 많이도 쌓인 눈을 지(智)는 아랑곳없이 맨발로 걸었다.

눈보라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던 그녀는 다리를 많이 들어 한 발짝씩 성큼 디뎠다.

그녀가 걸을 때마다 발목에 있던 질이 내는 소리만 우렁차게 들렸다.

칙칙!

옥지기가 준 마지막 식사조차 제대로 못 먹은 탓에 지(智)는 연신 비틀거렸다.

그러다 얼마 못 가 철퍼덕!

그대로 눈밭에 쓰러졌다.

지가 쓰러지자 눈밭엔 그녀 형태대로 자국이 생겼다.

그러자 뒤따르던 무사가 채찍을 꺼내 그녀를 사정없이 때렸다.

짜악, 쫙!

 

“일어나십시오! 아니면, 저는 계속 폐하를 때려야 합니다.”

 

옆에 있던 견룡행수가 그녀에게 가해지는 무차별적인 매질에 인상을 구겼다.

견룡행수는 도저히 지켜보기 힘들어 급히 무사의 팔을 잡아챘다.

 

“그만! 이제 일어날 걸세.”

 

그의 말에 지(智)가 다시 일어나 무거운 발걸음을 힘겹게 떼었다.

하지만 몇 발자국도 못 가 또 쓰러졌다.

그러면 어김없이 날아오는 채찍.

 

*

 

황제의 처형 소식을 들었다.

알고 있었으나 막상 처형에 대한 공고가 붙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게 바랬건만, 어쩐 일인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이제껏 살아온 이유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황제! 그는 이조의 ‘철. 천. 지. 원. 수!’였다.

그의 가문을 하루아침에 풍비박산(風飛雹散) 낸 잔악하기 그지없던 인간이 바로 황제였다.

근데, 황제가 하필 왜! 지(智)란 말인가? 왜, 왜냐고!

 

‘나를 형이라 부르며 물지게를 지던 녀석이 황제라니!’

 

기가 막혔다.

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다.

오는 게 아니었는데. 이조는 이곳에 오고야 말았다.

처형장으로 이송하는 무리 속, 잠입해 있던 이조는 그야말로 곤혹이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배려라곤 없는 죄수를 대하는 태도에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智)가 눈밭 위를 걷고 있다.

그것도 맨발로.

저 차가운 눈 위를 맨발로 걷다니. 이조 마음이 쓰렸다.

 

‘아-!’

 

이조는 그도 모르게 긴 한숨을 속으로 삭였다.

그녀 걸음이 무거워질 때마다 그 안의 돌덩이는 켜켜이 쌓여갔다.

그때 그의 눈에 지(智)의 어깨에 난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 심장을 빗겨 찌른 상처.

조금만 더 갔어도 그녀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터였다.

치료도… 거부했다 들었다. 그저 지혈만 했다고.

상처가 눈에 박힌 순간, 그의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했다.

그때 지가 눈 위에 쓰러졌다.

그 순간 어떤 놈이 그녀에게 채찍을 가했다.

 

‘저 녀석이 감히!!’

 

이조는 서늘한 눈빛으로 채찍을 든 사내를 죽일 듯이 쳐다봤지만.

이내 분노를 힘겹게 억눌렀다.

 

‘그녀를 사지로 몰아놓고, 내가 무슨 자격으로 나선단 말인가.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그렇게 했는데…. 하-!’

 

이조는 그녀에게 나설 자격이 없다는 걸 상기하곤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괴로움에 입술을 비틀어 물었다.

 

*

 

멀리서 지(智)를 지켜보던 휘(輝)는 그들과 비슷한 속도로 걸었다.

휘(輝)는 그녀의 고통을 덜어 주지 못해 괴로운 듯 주먹을 그러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걸어도, 걸어도 도착하지 않을 것 같은 처형장이 가까워 올수록 그녀 몰골이 점점 흉측해졌다.

그렇게 힘겹게 걷던 지(智)가 갑자기 걸음을 멈춰다.

그와 동시에 뒤따르던 무사가 그녀를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처형장 길목에 있던 백성들을 본 지(智)는 무슨 생각인지 온 힘을 다해 몸을 바로 세웠다.

그리곤 전날 들은 얘기를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

 

“자네 황제의 처형에 관한 방 붙은 걸 봤나?”

 

옥지기의 말에 벽 보고 누워있던 지(智)가 살며시 눈을 떴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들 말에 귀 기울였다.

 

“봤지. 근데, 그게…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

 

지(智)는 의아했다.

 

“공고에 붙었으니 아마 사실일 게야.”

 

“그럼, 정말 백성들이 황제에게 돌을 던지면 그들에게 돈을 준단 말인가?”

 

“글쎄 그렇다네. 그래서 어제 마누라가 돌을 바구니에 가득 가져 왔더군.”

 

“그쪽도 그랬단 말인가? 하-! 우리 집 마누라도 그랬어. 돌 하나 던질 때마다 엽전 5냥 준다니까. 여편네가 돈에 미쳐서 그 짓 한다고 난리네그려.”

 

“다들 미치지 않고서야! 에고, 무지한 백성에게 돈을 준다는데 어느 누가 돌을 안 던지겠나?”

 

“내가 마누라에게 하지 말라며 따끔하게 일렀는데…. 이놈의 마누라가 내 말을 들을지는. 나도 모르겠네그려.”

 

옥지기는 자신 없는지 한숨과 함께 절레절레했다.

 

‘내가 돌에 맞아주면 백성들이 돈을 번다고? 후-!’

 

지는 갑자기 살고 싶어졌다.

그때까지만 더 살자.

 

*

 

다가오는 백성들이 지(智)는 기쁘면서도 슬펐다.

백성들이 던질 돌을 하나라도 더 받아내려 허리를 곧추세운 그녀의 감은 눈이 미세하게 떨리는데.

견룡군들은 백성이 품에 숨겨둔 돌을 꺼내자 놀라 급히 그들을 막았다.

 

“이러지 마시오. 곧 처형당하실 분입니다.”

 

“어서 비키시오! 그러다 돌 맞아서 괜히 다치지 말고!”

 

견룡군과 백성들 사이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무사들이 견제하면 물러날 법하건만,

백성들의 기세는 어째 더 등등했다.

다수의 무리가 경계선 안으로 발을 디딘 순간,

지원 나온 군졸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물러나지 마라! 황제를 처형장까지 안전하게 모셔야 한다!”

 

그때 뒤에서 날아든 소리에 군졸들 몸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작가 코멘트

이 작품은 고려를 배경으로한 가상 시대물로 주요 등장인물 모두 가상인물입니다. 여주 성격이 특이할 거예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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