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나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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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한 모든 밤은 나빴다.] 예원은 태조를 위해 무슨 짓이든 했다. 그가 설계한 판의 장기 말이 되고, 그가 원하면 뜨겁게 입술도 맞댔다. 하지만 태조에게 예원은 손만 뻗으면 안을 수 있는, 쓰임을 다 하면 버릴 수 있는 여자였다. 그래서 먼저 그를 버리기로 했다. 배 속의 아기를 지키기 위해. 그런데 한태조가 서예원 앞에 다시 나타났다. 5년 만에 마주한 태조는 여전히 자극적인 놀잇감을 보듯 예원을 훑었다. 날카로운 까만 눈이 작은 인영에 닿자 예원은 제 뒤로 아이를 감추었다. “꼭 내 아이라도 되는 것처럼 숨기네.” 파르르 떨리는 예원의 눈동자를 보며 태조의 입술 끝이 올라갔다. “누구 아이든 관심 없어.” 바짝 다가온 태조가 천천히 얼굴을 내렸다. 귓가에 닿은 뜨거운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날 미치게 자극하는 건, 서예원밖에 없거든.” 질 나쁜 밤이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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