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크기 조절기능 사용 안내

일부 안드로이드 기종의 경우 폰트크기 조절기능 사용시
정상작동이 안되는 오류가 발생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스마트폰의 기본 글씨 크기를
조정하여 주시면
정상적으로 폰트크기조절
기능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스마트폰 설정 방법

설정 → 디스플레이 → 글자 크기 및 글꼴

닫기

[마법의 약]

3화 선택의 기로

가(21)

줄 간격(1.8)

자간(0)

| |

온갖 종류의 실험기구가 방을 가득 채우고, 철창에 갇힌 짐승들이 울부짖고, 약물 냄새가 코를 찌르는 지하실. 이 곳에 두 남자가 나란히 서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석 씨, 제게 맡겨주십시오. 당신을 완전하게 해드리겠습니다!”

 

흰색 가운을 입은 남자, 태민은 손바닥으로 가슴을 연이어 치며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하지만 그를 마주보는 현석은 영 못미더웠는지 상대방의 시선을 외면하고 머리를 한 손으로 긁적였다.

 

“저를 완전하게 해주겠다고요?"

 

“예! 제 우상이신 현석 씨야말로 첫번째 신인류가 되실 분입니다.”

 

“시, 신인류?”

 

“그렇습니다. 압도적인 신체능력, 어떠한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 면역력, 그리고 매우 우수한 지능까지! 연약하기 짝이 없는 기존의 인간을 제치고 새 시대의 주인공이 될 신인류입니다.”

 

태민은 말을 마친 뒤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현석을 바라보면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현석은 그런 태민이 부담스러웠는지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게 가능할까요……? 의학이 아무리 발달했다지만, 그런 만화같은 일이 벌어질 리가 없을 텐데…….”

 

태민은 빙긋 미소지으며 답했다.

 

“제가 가능하게 만들 겁니다. 현석 씨가 협조만 잘해준다면, 반드시 신인류로 탈바꿈하실 수 있습니다.”

 

“대, 대체 어떻게 한다는 거죠? 수술이라도 받아야 하나요?”

 

“그건…….”

 

태민이 막 대답하려던 그 때, 어딘가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녀오셨어요?”

 

두 사람이 그쪽을 돌아보니, 갈색 스웨터 위에 형형색색의 약물로 범벅이 된 앞치마를 입고 있는, 갈색 단발 머리의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키가 현석에 버금갈 정도로 컸고, 여성 치고는 어깨가 넓은 편이었다.

 

“그래, 다녀왔다. 실험은 잘 되었니?”

 

태민이 고개를 치켜들며 되묻자, 여인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하게 답했다.

 

“예. 주인님 말씀대로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 번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주인님?’

 

현석은 태민을 주인으로 칭하는 여인의 발언에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다. 요즘 시대에 그런 용어를 쓰는 건 흔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민은 아무렇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가볍게 답했다.

 

“나중에 확인하겠다.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여인이 뚫어지게 쳐다보자, 현석은 머쓱해졌는지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했다. 태민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며 두 사람을 소개시켰다.

 

“민정, 이 분이 바로 박현석 선수다. 내가 이 분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지? 내 우상이었다고 말이다. 현석 씨, 이 쪽은 제 조수 강민정입니다. 제 실험을 도와주고 있지요.”

 

현석은 즉시 민정에게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처음 뵙겠습니다! 박현석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민정은 별 다른 대꾸도 않다가 태민에게 고개를 돌려 따져 물었다.

 

“주인님, 어째서 외부인을 데려 오셨어요? 이러시면 곤란해지지 않을까요?”

 

현석은 자기를 신경쓰지 않는 민정의 태도에 민망해 하면서도, 마음속에 의혹을 품었다.

 

‘외부인을 꺼리는 걸 보니,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은데…….’

 

한편, 태민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민정의 질문을 가볍게 받아넘겼다.

 

“저 분은 예외다. 앞으로 여기에 자주 찾아오실 분이니 잘 모시도록.”

 

“정말 괜찮겠습니까? 저 사람이 혹여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그럴 일은 없으니 안심해라. 넌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 알겠습니다.”

 

민정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현석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봤다. 현석은 그녀가 끝까지 자기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는 걸 보고 속으로 읊조렸다.

 

‘삭막한 여인이군. 쉽사리 정 붙이기 힘들겠어…….’

 

현석은 헛기침을 한 차례 한 뒤, 태민에게 슬쩍 물었다.

 

“이제 말씀해주시죠. 신인류를 어떻게 창조한다는 겁니까? 수술을 받아야 하나요?”

 

태민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가 개발한 약을 복용하면 됩니다.”

 

“약? 지금 약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아직 연구가 다 끝나지 않았지만, 지금 복용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신체 능력과 지능이 대폭 향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요.”

 

“……. 도무지 못 믿겠는데요. 약을 먹는 것만으로 그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니…….”

 

현석이 여전히 미심쩍다는 반응을 보이자, 태민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말로 하는 것보다 직접 보는 편이 낫겠군요. 민정! 쥐 우리를 가져와라.”

 

“예, 주인님.”

 

민정은 곧바로 우리 하나를 태민과 현석 앞에 가져왔다. 그 우리에는 쥐 다섯 마리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좋아. 그럼 뱀을 거기에 집어넣어라.”

 

민정은 거리낌 없이 또다른 우리를 가져오더니, 열쇠로 우리를 열고 뱀 하나를 집어들었다. 현석은 그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외쳤다.

 

“조, 조심하세요! 그러다 물리면 큰일나요!”

 

태민은 그런 현석에게 한 마디 했다.

 

“평소에 하던 대로 하는 것뿐이니 걱정마세요.”

 

민정은 뱀 꼬리를 잡고 쥐 다섯 마리가 들어있는 우리에 집어넣었다. 뱀은 “쉭-“ 소리를 내며 쥐를 덮쳤고, 쥐들은 한 마리씩 잡아먹혔다. 현석은 그 끔찍한 광경을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외면하려 했다. 그 떄, 태민이 현석의 어깨 하나를 붙들며 말했다.

 

“계속 지켜보세요. 곧 놀라운 광경을 보실 겁니다.”

 

“노, 놀라운 광경이요……?”

 

현석은 기대와 의심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얼마 후, 그는 눈앞의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쥐 한 마리가 뱀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더니, 돌연 뱀의 뒷덜미를 물어뜯은 것이다!

 

뱀은 이리저리 몸부림치며 쥐를 떼어놓으려 했지만, 쥐는 뱀에 매달린 채 좀처럼 놔주지 않았다. 그러다 뱀이 털썩 쓰러져 숨이 끊어지자, 쥐는 뱀의 사체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 쥐, 쥐가 뱀을 이겨버리다니…….”

 

현석은 입을 쩍 벌리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태민은 그런 현석의 옆에서 안경을 어루만지며 답했다.

 

“모든 생물은 위기 상황에 몰리면 발악하는 법입니다. 거기에 촉매제를 복용한다면, 저 쥐처럼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촉매제라고요?”

 

“그렇습니다. ‘TFQ 3261’라고 하지요. 저 쥐는 3개월 전부터 약물을 꾸준히 복용했습니다. 그 결과 웬만한 천적을 스스로 무찌를 수 있게 되었지요. 이 추세라면 고양이도 무찌를 수 있을 것 같군요. 아직 시도는 안해봤습니다만…….”

 

현석은 식은땀을 흘리며 태민의 말을 속으로 되새겼다.

 

‘한계를 뛰어넘는다……? 저 쥐처럼……?’

 

태민은 현석에게 바짝 다가가서 재차 권유했다.

 

“현석 씨도 현재 위기에 몰려있지 않습니까? 한계를 극복하려면 촉매제가 필요하지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저 쥐가 먹는 약을 먹으라는 건가요?”

 

“아닙니다. TFQ 3261는 쥐에게만 효력이 발생하고, 인간에게는 어떠한 효력도 발휘하지 못하지요. 제가 말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민정, 가져와라.”

 

“예, 주인님.”

 

민정은 선반 위에 올려진 보석함을 열쇠로 열고는, 그 안에 들어있던 케이스를 꺼내 태민에게 바쳤다. 태민은 케이스 뚜껑을 열고 캡슐 하나를 집어든 뒤, 현석의 손에 얹었다.

 

“바로 이 약입니다.”

 

“이게 뭡니까?”

 

“아직 정식 명칭은 정하지 못했지만, 임의로 ‘마법의 약’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마법의 약…….”

 

현석은 캡슐을 가만히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고, 태민은 그 옆에서 ‘마법의 약’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이 약을 복용한 사람의 신체 능력은 일시적으로 강화되고,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약효는 대략 하루 정도이지요. 성분은 신체 내부에 흔히 있는 칼슘과 유사해서, 도핑 검사에서 걸릴 일은 없습니다.

 

“…….”

 

“이 약을 복용하신다면, 현석 씨의 앞날은 탄탄대로일 겁니다. 어떤가요? 나쁜 제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현석은 태민의 설명을 듣고 가만히 생각에 잠기다가, 돌연 캡슐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아니, 갑자기 왜 그러신……. 윽?!”

 

현석은 당황한 표정을 짓는 태민의 멱살을 한 손으로 꽉 잡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노려봤다.

 

“지금 나더러 도핑을 하라고……? 사람 잘못 봤어, 이 새끼야!!!”

 

현석은 태민을 번쩍 들어올리며 금방이라도 때려죽일 기세로 노려봤다. 태민은 그런 현석의 팔을 애써 붙잡으며 물었다.

 

“이거 왜 이러십니까? 제가 현석 씨를 위해 마법의 약을 드리겠다고 했잖습니까? 그것도 공짜로 말입니다! 팬으로서 현석 씨가 이대로 묻히는 걸 볼 수 없었다고요! 실제로는 수억은 족히 넘을 가치가 있는 약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왜……?”

 

“왜? 지금 왜냐고 물었냐?”

 

현석은 태민을 사납게 노려보며 일갈했다.

 

“그건 불법이야. 알아? 불법이라고! 나더러 범죄자가 되라고?”

 

“그거야 걸리지 않으면 되잖습니까? 앞서 말했듯이 제 약은…….”

 

“닥쳐! 설령 걸리지 않는다고 해도, 난 프로선수다. 선수의 명예를 내팽개치고 그따위 짓을 할 수는 없어!”

 

“…… 풉-“

 

“뭐, 뭐야? 뭐가 웃겨?”

 

현석이 움찔하며 묻자, 태민은 능글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조롱섞인 투로 대꾸했다.

 

“팀에서 쫓겨나기 일보 직전까지 몰린 분이 명예를 운운한들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그런 고리타분한 것에 연연하지 말고 앞가림이나 잘하시죠.”

 

현석은 이 말에 격분하여 태민의 면상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 입 닥쳐!!!”

 

그러나 현석의 주먹은 목표물을 맞추지 못했다. 민정이 현석의 팔을 붙들어 버린 것이다. 현석은 민정을 험악하게 노려보며 일갈했다.

 

“이거 놔! 여자라고 봐줄 거 같아?”

 

“…….”

 

민정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현석의 팔을 단숨에 꺾어버렸다.

 

“아악!!!”

 

현석이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민정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팔을 계속 비틀었다.

 

“이거 놔! 놓으라고!!!”

 

현석이 애원하듯 소리지르자, 민정은 그의 귓가에 입을 갖다대고 속삭였다.

 

“주인님을 놓아주십시오. 안 그러면 이 팔을 영원히 못 쓰게 만들겠습니다.”

 

“뭐, 뭐라고?!”

 

“싫다면 다리도 분질러드리지요. 아니면 목을 꺾어드릴까요?”

 

현석은 민정의 위협적인 태도에 겁을 집어먹고 태민을 놔줬다. 하지만 민정은 여전히 팔을 놓지 않았다.

 

“이, 이봐! 왜 내 팔을 계속 잡고 있는 거야?”

 

민정은 현석을 무시한 채 태민을 돌아보며 물었다.

 

“주인님, 어떻게 할까요?”

 

태민은 안경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답했다.

 

“민정, 그만하면 됐다. 그 분을 놔줘라.”

 

“하지만 주인님을 해치려 했는데요?”

 

“군말은 필요 없다. 시키는 대로 해라.”

 

“……. 알겠습니다.”

 

민정은 현석의 팔을 놔주고, 현석은 얼얼한 팔을 어루만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태민은 그런 현석에게 조롱섞인 어조로 물었다.

 

“오래도록 선수 생활을 하신 분이 일개 여인에게 꼼짝 못하시다니, 어찌된 일인지요?”

 

현석은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답했다.

 

“힘이 보기보다 세더군요.”

 

태민은 빙긋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럴 겁니다. 민정이는 본래 신체 능력이 우수했지요. 더욱이 마법의 약까지 복용했으니, 정상의 범주를 넘어선 힘을 발휘할 수 밖에요.”

 

현석은 그 말에 화들짝 놀랐다.

 

“그, 그럼 저 여성 분은 이미 복용했단 말입니까?”

 

“예. 본인이 저를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신체를 단련하고 싶어하더군요.”

 

“세, 세상에…….”

 

현석은 태민과 민정을 연이어 돌아보며 얼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사람은 실험 주관자와 조수의 관계를 넘어선 깊은 사이인듯 싶었다. 이때 태민이 재차 권유했다.

 

“현석 씨도 이 약을 복용하면 제 조수처럼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이제 그만 사양하시고 약을 복용하시지요.”

 

현석은 잠시 숙고한 뒤, 주먹을 꽉 쥐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사양하겠습니다. 저는 그런 더러운 짓을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는 문쪽으로 걸어가 손잡이에 손을 얹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는 못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다시는 찾아오지 마십시오.”

 

이때 태민이 한 마디 했다.

 

“그러면 어머님은 어떻게 모실 생각이십니까?”

 

현석은 그 말에 동공을 크게 뜨며 멈칫했다. 태민은 뒤이어 빈정거리는 투로 말을 이었다.

 

“제가 듣기로 어머님 연세가 예순여덟이라면서요? 그리고 잔병이 많으셔서 병원비도 많이 든다고 하던데…….”

 

“으, 음…….”

 

태민은 현석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재차 물었다.

 

“그리고 아내 분도 계시다면서요? 그 분은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 현석 씨만 바라보고 있을 텐데요.”

 

“…….”

 

현석은 할 말을 잃었는지 입을 굳게 다물었고, 태민은 그의 귓가에 입을 갖다대고 속삭였다.

 

“무엇보다도, 이대로 야구 인생을 끝내는 건 억울하잖습니까? 다시 한 번 빛나던 그 때로 돌아가셔야죠.”

 

현석은 땀을 삐질 흘리며 중얼거렸다.

 

“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태민은 캡슐 하나가 든 비닐 봉지를 현석의 호주머니에 찔러넣고 권유했다.

 

“한 번만 눈 딱 감고 다음 경기 때 복용해 보세요. 분명 하루 동안 만사가 잘 풀릴 겁니다. 하지만 강요는 하지 않을 테니 마음 내키는 대로 하십시오.”

 

“……. 이만 가보겠습니다.”

 

“잘 가십시오, 현석 씨.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현석이 멍한 표정을 지으며 건물 밖으로 나간 뒤, 민정이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주인님, 정말 괜찮겠습니까? 저 자가 오늘의 일을 경찰에 알리지는 않을까요? 제가 뒤따라가서 저 자를 감시하겠습니다.”

 

태민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럴 것 없다. 저 사람은 조만간 다시 올 테니까.”

 

“그걸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저 자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다는 욕망에 불타고 있어. 단지 값싼 도덕 의식에 가로막혔을 뿐이지. 그는 곧 욕망에 굴복할 거야…….”

 

한편, 현석은 태민과의 면담을 마친 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귀가했다. 아내 예린은 남편이 늦은 밤까지 돌아오지 않은 걸 따져물었다.

 

“대체 뭐하느라 이리 늦게 오는 거야? 지금 몇신 줄 알아?”

 

현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변명했다.

 

“미안해. 꼭 들려야 할 곳이 있어서…….”

 

“어딘데?”

 

“으, 응……. 팀원이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공원에 불렀거든. 단둘이서 심도높은 대화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

 

“술 마신 건 아니지?”

 

“안 마셨어. 그냥 이야기만 하고 왔어…….”

 

예린은 현석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봤지만, 술에 취한 기색이 느껴지지 않자 한숨을 살짝 내쉬며 말했다.

 

“알았어. 이만 방에 들어가서 푹 쉬어. 오늘 아침에 고열로 고생한 사람이 밖에서 이리도 오래 있다니 원…….”

 

“어머님은?”

 

“숙면 중이셔. 당신이 좀처럼 귀가하지 않아서 걱정 많이 하시더라. 내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안심시켜드려. 알았지?”

 

“그, 그래……. 당신 말대로 할게.”

 

현석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화장실로 들어갔다. 예린은 현석이 유독 기운 없어하는 걸 보고 이상하게 여겼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저렇게 힘빠진 모습은 처음 보네……. 나중에 무슨 얘기를 했는지 물어봐야겠어.’

 

그 후 현석은 몸을 씻고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머릿속이 하도 복잡해서 쉽사리 잠이 들지 않았다.

 

‘마법의 약……. 마법의 약이라……. 그걸 사용하면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아냐! 아무리 그래도 프로 선수로서 그따위 짓을 할 수는 없어. 그래! 사용할 수 없고 말고!’

 

그는 호주머니에 든 봉지를 집어들어 쓰레기통에 던지려 했다. 그러나 막상 쓰레기통 뚜껑을 열고 봉지를 집어던지려는 순간, 그는 곧 생각을 바꿨다.

 

‘과연 이걸 없애는 게 옳은 걸까? 하늘이 준 기회를 멍청하게 날려버리는 건 아닐까? 나중에 이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지는 않을까……?’

 

그는 한동안 고민을 거듭하더니, 이내 두 눈을 질끈 감고 봉지를 호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그 후, 침대에 드러누워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래, 일단 가지고 있자. 이게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르잖아?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버리면 그만이니까…….”

 

이리하여 현석은 태민으로부터 받은 ‘마법의 약’을 간직하고 있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선택이 훗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다음화 보기

신고

신고사유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 0 / 250

도장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