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크기 조절기능 사용 안내

일부 안드로이드 기종의 경우 폰트크기 조절기능 사용시
정상작동이 안되는 오류가 발생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스마트폰의 기본 글씨 크기를
조정하여 주시면
정상적으로 폰트크기조절
기능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스마트폰 설정 방법

설정 → 디스플레이 → 글자 크기 및 글꼴

닫기

[미스터 리는 죽는다]

01. 미스터 리가 죽을까?

가(21)

줄 간격(1.8)

자간(0)

| |

◆ ◆ ◆

 

수상한 편지.

 

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Mr. Lee입니다. 
당신이라면 제 이름을 그냥 ‘리’라고 불러도 나쁘지 않겠군요. 

 

처음 만난 당신에게 제 매력에 대해서 표현하려면 5000자가 넘어가 편지지 뒤에 쓰면….
아, 이런. 어떻게 하더라도 모자랄 것 같군요. 따라서 적지는 않겠습니다.

 

당신이 내 편지를 읽고 내가 누구인지 맞추면 당신의 소원을 들어드리죠. 
아, 단순히 정체만 맞추는 문제는 너무 쉽군요. 정정합니다.

 

제 세 가지 물음에 답해준다면, 당신의 소원을 들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나는 누구?

둘째, 내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셋째, ˹                          ˼

 

여태까지 충실히 수수께끼의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면. 
충분히 답을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이 미스터 리가 자부합니다.

 

이 지긋지긋한, 반복되는 죽음의 윤회를 벗어나는데 나 미스터 리가 기꺼이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이야말로 당신의 마지막 죽음이 되길 바라며.

 

-친애하는 Mr. Lee.

 


◆ ◆ ◆

 

“헉- 헉….”

 

피투성이가 된 남자는 거친 호흡을 하며 산 속을 달리고 있었다. 
산 아래 입구에서는 경찰들이 피투성이 남자를 찾고 있다.

 

“도대체 저 용의자 놈은 양심도 없지. 역겨운 놈.”
연륜 있어 보이는 형사는 기분 나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피투성이 남자는 13명을 죽인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남자였다. 
사건 현장에 유일한 혈흔이 발견되어 그는 유력한 제1용의자였다.

 

“젠장.. 여기서 잡힐 수는 없어... 허억..”
남자의 호흡은 점차 가빠져만 갔다. 곧 죽음을 앞둔 채 점점 헐떡이는 소리가 커져만 갔다.


‘나는 억울해, 억울하다고!’
남자의 얼굴은 갈수록 벌게지더니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지친 기색의 남자는 내리막길에 있는 나무 하나에 등대어 쓰러지듯 앉았다.

 

“허억…. 허..”

 

피투성이 남자는 지금 이 상황이 미칠 것만 같았다.

자신은 정말 억울하다, 억울하고 또 억울하다고 계속 자신 스스로 되뇌었다. 

 

그 뒤로 검은 실크햇을 쓴 남자가 슬며시 나무 뒤에서 피투성이 남자를 향해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뭐야! 이 새끼는!”

 

“미스터리를 좋아하십니까?”

 

피투성이 남자는 인기척도 나지 않은 검은 실크햇을 쓴 남자를 보고 기겁했다.
그렇게 주의를 기울여 왔는데도 낙엽 밟는 소리조차 듣지도 못했으니까.

 

실크햇 모자를 살짝 삐뚤어지게 쓴 남자는 왠지 모르게 나른해보였다.
묘한 섹시함도 느껴졌다.


남자는 자기가 이미 죽은 건 아닌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죽음을 느끼고 이게 자신의 최후구나 어렴풋이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자신도 모르게 실크햇 남자의 말에 대답했다.

 

“뭐..? 미스터리? 하하.. 그딴 게 지금 무슨 개소리야..”
“좋아하나요?”

 

“좋아한다고 말하면 살려주게? 그래, 미스터리 좋아해. 내가 추리 드라마를 얼마나 쳐봤는데! 젠장”
“아, 그렇군요.”

 

피투성이 남자는 자신의 최후가 이런 괴상한 차림새를 한 남자와 말 상대나 하다 죽을 거라고 생각하니 인생이 참 부질없어 보였다.

 

실크햇 모자가 잘생긴 건 퍽이나 인정하지만, 같은 성별은 관심없었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인생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다시 떠올렸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때로 돌아간다면..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니, 정말 다행이군요.”

실크햇 남자는 흰 장갑을 낀 손으로 모자를 벗으며 미소를 지었다.


'악마같군.'
소악마의 생각이 났다. 매력적이지만, 꿍꿍이가 느껴지는 웃음.

“당신의 목숨, 한 번 더 기회를 드리도록 하지요.”


실크햇 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피투성이 남자는 그 자리에서 눈을 감았다...

“당신은 다시 살아나게 됩니다.”

 

****
.
.
.

 

《일정 발생. 스케쥴 실행》

 

8시. 시끄러운 알람을 듣고 억지로 일어난다. 어디서 맞은 것처럼 온몸이 뻐근하다.
하지만 피곤해도 출근해야지. 회사의 노예니까.. 

 

《이필립님. 2350년 8월 31일. 오전 8시.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80% 확률로 지각입니다》

 

“정말 오늘도 출근하기 싫다..”
“아빠! 엄마가 일어나래.”

 

“응. 알았어.”

딸이 귀엽게 나를 올려다보며 작은 손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아침잠이 많은 나도 모르게 웃으며 아내가 있는 부엌으로 갔다.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딸을 위해 내가 뭔들 못하랴.“
”어서 먹고 출근해, 여보.“

아내는 내 등을 가볍게 치며 말했다. 딸도 귀엽게 제 엄마를 따라 내 등을 쳤다.
나중에는 좀 아프겠는걸..

 

”!“

 

쨍그랑-

 

순간적으로 실크햇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채 산 속을 달렸던 일들까지.

 

"여보! 괜찮아? 왜 접시를 떨어트리고 그래?"

"나.. 나.. 죽지 않고 살아있어..?"

 

"여보.. 안색이 너무 안좋아.. 오늘 연차라도 쓰는 게 좋겠어... 아무리 새로운 인공지능 때문에 바쁘다지만...  쉬는게 좋겠는걸?"

 

‘여보.. 은조야...’
나도 모르게 내 아내와 내 딸을 껴안아버렸다. 

 

익숙함에 가려져 못 느꼈던 소중함. 익숙함, 익숙함.. 물론 소중하고 사랑하는 내 가족이었지만 다시 한번 소중함을 강하게 느꼈다. 내가 죽기 직전에도 다시 한번 가족의 얼굴을 떠올렸었지. 내가 사랑하는 가족,

 

정말로 사랑해.

 

"오늘 하루는 내가 팀장님께 잘 말씀드려서 연차를 내볼게."
"오늘 금요일인데 당일 연차 쓰면 뭐라하는거아냐?"

 

"괜찮아. 괜찮아. 오늘 여보랑 은조랑 하루 종일 같이 있지, 뭐."

 

"그래. 참, 근데 오늘 은조랑 친한 친구가 생일이어서 은조는 유치원 끝나고 생일파티로 바로 갈 거래."
"그럼 낮에는 친구랑 재밌는 파티하고. 저녁에 아빠랑 맛있는 고기 구워 먹고 놀자. 은조 저녁에도 파티 놀이해요. 알았죠?"
"은조는 좋아!"

 

전날도 아니고 당일 오전, 그것도 출근하기 직전에 팀장한테 오늘 휴가를 쓴다 하면 된통깨지겠지.
하지만 죽다 살아난 나한테는 가족이 최고로 중요했다.

 

"은조아빠, 난 은조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올게. 이따 괜찮으면 영화도 한 편보자."

"아.. 여보 미안한데, 이번 프로젝트에 중요한 칩을 회사에 갖다줘야할 것 같아. 휴가는 휴가대로 쓸 수 있을 거야"

"직접 갖다 주는 게 마음이 편하구나?"
난 대답 대신 웃으면서 아내를 다시 한번 끌어안았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 아내가 딸과 나간 걸 확인한 후에 나도 장비를 갖추고 나갈 준비를 했다. 

 

‘지금 시각이 10시 반 정도인가..’

나는 내가 죽기 전에 후회했던 일을 이번에는 제대로 끝맺음하기로 했다.


◆ ◆ ◆

 

”읍.. 읍... 제발, 살, 살려주세요.“
”조용히해.“

 

나는 죽고 되살아나...

다시, 2번째하는 일이다보니 이번에는 잘 할 수 있으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아까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의 원인이 될만한 건 다 하나씩 잘라내기 시작했다.

 

싹둑. 
싹둑.

 

”이것 참, 정말 놀랐었어.“
”제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테니 제발 살려만 주세요...“

 

”그렇게 순진한 얼굴로.. 힘없어 보이는 얼굴에 그런 힘이 있는 줄 정말 몰랐는걸?“

 

나는 정말 지난 생에서 그 ‘일’을 하면서 굉장히 놀랐었다. 

힘없어 보이는 청년이 그렇게나 짧은 순간에 강한 힘을 내 나를 찍어누르다니 말이야.
꿈에도 몰랐다는 건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것 같네.

 

"....제발.."

 

청년은 울먹거리며 나를 올려다봤다.

싹둑.
싹둑.

 

나는 머리카락을 자르는 게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리고 정말 즐거웠다. 

 

"언제부터 머리자르는 걸 좋아했는지 알아?"
".........."
청년은 지친 듯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자꾸 움직이면 머리자르기 힘들어져"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아무한테도 얘기안할게요.."
"움직이지 말랬잖아!"


나는 원래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다. 남자, 여자, 어린애, 노인 가리지 않고 똑같이 머리를 예쁘게, 멋지게 잘라주는 평등주의자이자 박애주의자이다.

 

이 ‘것’이 나를 화나게 만든 이유는 지난 생에서 나를 가위로 사정없이 내리찍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것’은 내가 오늘 출근을 하지 않고, 

 

아내와 아이를 배웅하고 바로 들어와 손목을 더 강하게, 강하게 묶을 줄은 몰랐을 테지.


나는 커다란 전신 거울을 보여주며 이 ‘것’에게 말했다.

 

"예쁘지?"
"........................"

‘말이 없네.’

별로 말이 없는 예술품들에는 말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지.


나는 검은 안대를 꺼내어 그 ‘것’의 눈을 가려주었다.
"허억, 헉,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아아아아아아악!"

 

어째서인지, 검은 안대로 시야가 가려져서인지.
다들 하나같이 가려야 생동감 넘치게 생명이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생명이란 활력이다.

똑똑.

 

"?"

아무도 올 리가 없는 내 작업실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문틈으로 살짝 확인해볼까.


스윽-

 

"?"

 

내 눈앞에 있는 건 그때 나를 도와준 이상한 검은 모자의 남자였다. 
실크햇의 기묘한 잔상은 내 머릿속 한 켠에 머물러 있었다.

 

이 남자라면 내 미학에 대해 공감해줄지도 몰라.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문을 열어버렸다.

실크햇 남자가 묘하게 이끌린 탓이다.

 

화려한 듯, 화려하지 않은 듯 수려한 이목구비가.
금발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붉은 눈.

이 남자로 예술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들어오시죠."

”마침, 제가 작업 중인데 말이죠. 한 번 구경이라도 해볼래요?“
그 ‘것’은 계속 소리를 지르다 못해 탈진에 가까워져 큰 소리는 내지 못하고 있었다. 


실크햇 남자는 대답 없이 내 작업실 환경을 둘러보았다.

 

"당신은 이런 삶을 .....투표 결과에 잘 반영되겠군요."

"전 사람들의 생명의 불꽃을 환하게 태워.. 불씨가 꺼지기 직전에 사진을 찍어요. 이게 다 컬렉션들입니다. 아무리 기술과 디지털이 발달해도 생명의 아름다움을 따라갈 수는 없죠."


실크햇 남자는 살짝 턱을 괸 채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손목을 재차 확인하더니 입을 열었다.


"당신은 폐기처분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


어? 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저 괴상한 남자는 나를 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한 번 죽음을 겪어본 나로서는.. 

 

온몸에 다시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협에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사, 살려주세요."
"유감이지만 당신에게는 새 생명의 기회는 필요 없습니다."

 

손끝에서부터 피부색이 하얗게 변색되기 시작했다.

물감이 퍼지듯 병적으로 하얀 피부색이 점점 퍼져나갔다.

 

"욱"

죽기 싫어, 죽기 싫다고.. 

눈앞이.. 붉은색으로.. 이건 내가 원한 예술이 아니야..

.
.
.

 

수 십 명의 피해자들을 쉽게, 무자비하게, 제멋대로 짓밟은 남자의 끝은 허무했다. 
그냥 실크햇 남자의 손동작 하나로... 남자는 움직임을 멈춰버렸다.

실크햇 남자는 벽을 보며 짓궂은 표정을 짓고, 목소리 톤을 높인 채 혼자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가정적이고 억울해 보였던 남자는 알고 보니 살인범이었습니다.

오늘의 쇼는 어떠셨습니까? 재밌었나요?"

 

실크햇 남자는 벽면 넘어있는 누군가에게 한 편의 단막극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런, 유감입니다. 이번 쇼는 퀄리티가 낮다고요? 내가 너무 많은 일을 혼자서 도맡아 왔기 때문에 지쳤습니다. 예! 그렇기 때문에 휴식 시간을 가진 뒤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동안, 여러분은 여러분들의 쇼를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저, Mr. Lee였습니다."

 

실크햇 남자는 마무리 자세를 취하며 슬레이트를 치는 동작을 했다.

 

벽면 넘어있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화면이 완전히 꺼진 걸 확인 뒤에 실크햇 남자는 장난기 넘치는 표정에서 무표정을 지었다.
 
"좀 지치네요."

실크햇 남자는 힌 손으로 모자를 움켜잡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다행히 다음 쇼를 준비한다는 핑계로 마지막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크햇 남자는 다시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중얼거렸다.

모자를 깊게 눌러써도 붉은 눈은 달빛을 받아 더욱 빛났다.

 

”목표와 쾌락을 위해 생명을 짓밟는 인간과 발버둥 쳐도 결말이 정해진 『  』 . 
당신이라면 누구의 편에 서겠습니까?“

 

 

미스터리는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작가 코멘트

안드로이드, 루프, 시간왜곡 등 다양한 내용으로 전개될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관심과 하트는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메일주소: acasia_bee@naver.com / seulbi24@naver.com
다음화 보기

신고

신고사유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 0 / 250

도장
완료